2000년대 이후
[점프볼=조원규 칼럼니스트]
2024 KUSF 대학농구 U-리그(이하 대학리그)에서 상반기 각 팀에 꼭 필요했던 12명의 선수를 선정했습니다. 출전 시간, 1차 스탯, 팀내 비중을 기준으로 대학 지도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종합했습니다.
성균관대는 단기전에 강합니다. 왕조를 구축했던 중앙대, 경희대, 고려대, 연세대를 제외한 최초의 대학리그 플레이오프 결승 진출 팀이 성균관대입니다. 작년에도 6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 빅맨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에도 4강에서 연세대와 명승부를 펼쳤습니다.
단기전에서 강한 이유는 ‘수비’입니다. 김상준 성균관대 감독의 트레이드마크인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수비가 통하면 좋은 승부를 펼칩니다. 그러나 올해 시즌 초반은 그 수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3월 29일 중앙대전 90점, 4월 5일 동국대전 92점 등 실점이 많았습니다. 특히 외곽 수비에 구멍이 뚫렸습니다. 중앙대전 11개(성공률 44%, 11/25), 동국대전 17개(성공률 44%, 17/39)의 3점 슛을 허용하며 패배의 쓴맛을 봤습니다.
두 팀과 2차전은 설욕에 성공했습니다. 실점을 69점, 77점으로 줄였고 3점 슛 성공률도 23%, 35%로 낮췄습니다. 김 감독은 “신입생에 부상으로 동계 훈련을 함께하지 못한 선수들이 많아 (수비는) 아직도 다듬을 부분이 있다”며 “그래서 고참인 이건영의 역할이 컸다”고 얘기합니다.
이건영(3학년)은 송도고 출신의 가드입니다. 한 대회 두 차례나 30득점+ 트리플더블을 기록했을 정도로 다재다능한 선수입니다. 그러나 성균관대에서는 출전 기회가 많지 않았습니다. 루키 시즌 8경기 평균 5분 33초, 소포모어 시즌 11경기 평균 10분 16초가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세 차례의 동계 훈련을 치르며 성균관대 수비 시스템에 익숙해졌고, 저학년 중심의 팀에서 수비의 중심을 잡아야 했습니다. 작년 팀에서 출전 시간 10위였던 선수가 올해 출전 시간 3위로 비중이 달라진 이유입니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계속 주전으로 뛰었는데 1학년, 2학년 때 못 뛰면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수비를 못하면 아예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팀이라 이번 동계 훈련은 체력과 수비 두 가지만 포커스를 맞추고 준비했다”고 이건영은 얘기합니다.
김 감독은 공격적인 재능도 주목합니다. “스피드가 워낙 좋다. 일대일 능력도 있다. 그런데 공격 시도가 많지 않다. 득점력이 조금씩 올라가고 있는데…. 부담을 내려놓으면 더 많은 것을 보여줄 선수다. 아직 50%밖에 보여주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건영의 올 시즌 평균 득점은 9.1점으로 팀 내 5위입니다. 평균 1.2득점을 기록했던 작년과 비교하면 높지만, 두드러진 기록은 아닙니다. 그러나 6월 마지막 두 경기에서 연속 두 자릿수 득점으로 수비의 에너지에 공격력을 더했습니다. 특히 6월 3일 연세대전은 12득점 8리바운드 6어시스트의 전방위 활약을 펼쳤습니다.
이건영의 롤모델은 송도고 선배 김선형입니다. “일대일 공격할 때 KBL에서 제일 수비자를 쉽게 제치는 것 같고, 빠르게와 느리게를 자유자재로 하시고, 얼리오펜스 상황에서도 잘 해결하시고, 좋은 타이밍에 잘 빼주시는 것”을 배우고 싶다고 했습니다.
과제는 자신감입니다. 김 감독은 “일단 공격 시도를 늘려야 한다. 그래야 다음 단계인 템포를 조절하고, 붙여서 어시스트 패스를 주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이건영도 “자신감이 문제였던 것 같다”고 얘기합니다.
강성욱, 김윤성, 구민교 등 성균관대에는 득점을 해줄 선수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건영은 수비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습니다. 그러나 구민교의 부상, 강성욱의 컨디션 난조로 답답했던 연세대전에서 감춰둔 공격 본능을 일깨웠습니다.
그 기세는 다음 경기로 이어졌습니다. 6월 11일 단국대전은 1쿼터에만 9득점을 올리며 경기의 흐름을 가져왔습니다. 연세대전 패배, 구민교의 부상 결장으로 어려울 수 있었던 승부에서 팀 내 가장 많은 출전 시간을 소화하며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건영의 이번 시즌 목표는 수비를 잘하는 것입니다. 공격에서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입니다. 이건영의 목표와 성균관대의 목표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건영이 수비에서 중심을 잡아주고, 과감한 돌파로 상대 수비를 흔들면 역대 최고의 성적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