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대 이후
인천 송도고는 인풋 대비 강한 아웃풋으로 전국 평준화 고교 최강의 경쟁력을 입증해온 명문이다. 특목고 자사고와 달리 선발효과는 아예 없지만 누가 들어오느냐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송도고가 쌓아 온 탄탄한 교육 체계와 진학 노하우, 교사들의 열정이 각 학생에게 닿으면 특목자사고 못지 않은 성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일반고 수시 강자였던 최근에는 정시에서도 점차 강세를 보이고 있다. 2022학년 5명(수시3명/정시2명), 2023학년 6명(2명/4명)에 이어 2024학년엔 10명(3명/7명)으로 수시와 정시 투 트랙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면서 또 한차례 파란을 일으킬 태세다.
송도고 경쟁력의 원천은 4개의 중점 교육과정에 있다. 2011년 과학중점학교를 시작으로 체육중점(2016) 사회중점(2017) IT융합중점(2020)을 연달아 성공적으로 정착시켜오면서 4개 분야를 아우르는 올라운더 고교로 부상했다. 이와 더불어 의과학 국제화 군사/경찰 활동까지 운영하면서 학생의 진로와 적성에 부합하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제공하고 있다. 2025학년부터 전 고교에 일괄적으로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역시 송도고엔 오히려 기회다. 맞춤형 교육과정은 이미 완성도를 갖춘데다 공간조성 사업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지원할 환경까지 모두 준비해뒀기 때문이다. 2024년엔 특히 스마트팜까지 만들면서 교과 심화활동의 깊이를 더할 예정이다. 내년부턴 고교 교육과정과 대입에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황. ‘변화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신념 아래 발빠르게 움직이는 송도고가 더욱 두각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올해 3월부턴 고교계 이름난 베테랑 금일철 교장이 전국 공모로 새로 부임하면서 송도고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금 교장은 경기 파주 한민고의 설립 초기 교육과정 수립을 담당, 이어 교감과 교장을 거치면서 한민고를 전국명문의 반열에 올려둔 인물이다. 이전에는 교육열이 높은 경기 분당용인 일반고에서 오랜 기간 3학년부장 입시전략부장 교육과정부장 등을 거치면서 진학지도를 해 왔다. 수학교사로서 전공분야를 살린 교과서 집필, 수능 출제위원, 상위대 대학별고사 자문위원 등 역시 입시전략과 실행의 분야에서도 탁월한 경쟁력을 입증하는 이력들이다. 새로 합세한 금 교장을 필두로 송도고 구성원들은 이미 강력한 '전국 평준화 최강 일반고'를 전국명문의 반열로 올려놓을 것이다.
<다채로운 ‘중점 교육과정’.. 고교학점제 준비 완료>
평준화 일반고인 송도고가 매년 괄목할 만한 진학실적을 내는 배경엔 특목자사고 못지 않게 다채로운 교육과정에 있다. 과학을 시작으로 사회 IT융합 체육 국제 의학 군사경찰까지 학교마다 1개 과정을 운영하기도 힘든 중점 과정을 송도고는 끝없이 확대해 왔다. 고교학점제에서 강조하는 학생의 자율성과 선택권을 송도고에선 진작에 보장해온 셈이다. 교육 본질에 충실한 학생 중심형 수업에 중점을 둬 다른 학교보다 일찍 다양한 진로집중과정을 운영한 것이 대입실적으로 고스란히 이어졌다는 것이 교육계의 평가다.
내년부턴 모든 고교에 고교학점제가 도입되겠지만 이미 맞춤형 교육과정에 완성도를 갖춘 송도고는 깊이가 남다를 것으로 보인다. 2024년엔 인천대 국어교육과와 MOU를 체결해 인천대 교수와 함께 ‘공학 커뮤니케이션’을 순증 교육과정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현대모비스와 함께 ‘인공지능과 자율주행차’를 정규 교육과정으로 편성할 예정이다. 이밖에 학교 자체 순증 교육과정으로 ‘고급 수학’ 등 일반고에선 쉽게 접할 수 없는 과목들을 운영할 계획이다.
송도고는 다양한 활동과 더불어 학력신장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수시의 중심 축이 되는 다양한 활동도 중요하지만 수능최저와 확대되는 정시전형에 대한 중요성도 학교에서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활동이 ‘마부작침’이다. 매주 수요일 자율활동 시간을 활용해 여러 유형의 기초 수능 문제를 제공하고, 문제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수능은 반복학습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만큼 자연스럽게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기초가 부족한 학생이라면 쉬운 유형의 문제를 제공해 단계별로 따라올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 ‘NC(No Cross No Crown) TIME’은 영어 어휘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매주 금요일 자율활동 시간을 활용해 수능 기출 어휘를 학습하는 프로그램으로 독해력을 향상시키 위해 도입했다.
학년별로는 2학년은 심화활동으로 ‘새벽이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오전7시30분부터 8시20분까지 국영수 과목의 심화 학습을 진행한다. 지도교사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피곤하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참여도가 좋은 프로그램이다. 과거 0교시 보충수업 형태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100% 학생과 학부모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자율적 신청에 의해 개설된 프로그램으로 수업이 밀도있게 진행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3학년은 모의평가에 중점을 둔다. 학생들이 다양한 유형의 문제를 접할 수 있도록 학교 법인의 지원으로 학생이 희망하는 모의평가 문제지를 제공하고, 이에 대해 교사의 첨삭지도가 이뤄진다.
<‘과학중점과정’ 롤모델.. 체계적 동아리 활동에 스마트팜까지 구축>
과학중점은 송도고가 가장 강세를 드러내는 교육과정이다. 전국의 수많은 과학중점학교 중에서도 롤 모델로 꼽힌다. 2011학년부터 교육부 지정 과학 중점 교육 과정을 도입, 2016학년부터 2021학년까지는 매해 교육부와 한국과학창의재단의 ‘과학 중점 학교 운영 성과 최우수교’로 선정되면서 전국 고교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분야별 동아리 활동, 학생 중심의 특화 연구, 융합 S-TEAM과제 연구 등을 토대로 호기심을 자극하고 탐구의 즐거움 찾아주는 과학 교육의 산실로 평가받는다.
대표적 동아리 활동은 SCV(과학봉사)다. 한국의 슈바이처 장기려 박사의 정신을 이어받고 있는 동아리다. 장기려 박사는 평생을 병원 옥탑방에서 살며 인술을 실천했던 청빈한 의사로 어려운 이웃을 위해 일평생을 헌신한 대표적인 송도고 동문이다. 이러한 뜻을 이어받고자 학생들은 바쁜 학교생활 속에서도 서울대, 인하대병원을 방문해 환아들과 과학체험 봉사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학교와 송도학원(이복영 이사장), 송암문화재단 송암 장학금의 도움을 받아 2019년 슈바이처 박사의 의료 봉사지였던 가봉을 시작으로, 블루크로스 단체와 함께 2023년엔 라오스, 2024년엔 몽골에 의료과학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학생들이 단순한 학습으로 진로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의 교훈인 ‘봉사’ 정신을 함양해 전인적인 의료인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학교 자체 학술 프로그램으로는 S-TEAM 주제 연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스스로 주제를 정해 6개월 간 자율적으로 탐구하는 활동이다. 학생들의 연구가 정체됐을 때는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옆에서 도움을 준다. 올해는 92개팀이 참가해 11월20일 송도고 학술제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올해는 송도고의 새로운 미래 먹거리 사업이 시작됐다. 바로 ‘스마트 팜’ 이다. 실내에서 식물을 재배하며 자동화 센서, 작물의 성장 패턴 등을 연구할 수 있는 장소다.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통해 농작물을 관리하는 미래형 농업 환경으로 IT, 생명과학 등의 교과 심화탐구 활동의 질이 크게 높아졌다. 올해 5월에는 네덜란드 에코 스마트팜 전문가들이 방문해 컨설팅을 진행, 학생들에게 교육활동의 전문성을 한 층 더했다.
이번 여름에는 동경과학대제전 조사연구 활동도 실시했다. 도쿄 국립과학관, 일본 과학 미래관, 동경대학교 종합연구 박물관을 견학하면서 교실 밖으로 식견을 넓힐 수 있는 기회다. 이외에 동아리 별로 진행하는 과학포차, 다양한 주제의 탐구교실, 우수 과학자 초청 강연, 과제연구 활동, 실험 연구 교실, 과학나눔 활동, 인천과학대제전 부스운영 등 지면이 부족할 정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내실을 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많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지만 혹여 그로 인해 학생들이 지치진 않을까 하는 시선은 노파심에 불과하다. LTA(Lunch Time Activities), 즉 80분의 점심 시간으로 ‘쉼’을 제공하는 송도고의 지향점은 ‘여백 있는 학교’다. 달릴 때와 쉴 때를 구분하면서 개인의 능력과 학력의 조화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송도고의 교육 철학이다. 학생들은 이 시간을 통해 다양한 스포츠클럽, 예술활동(중창 관악반 밴드 미술 등)과 자기개발활동 등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사회중점과정’.. 지역 연계활동 활발 ‘학종 경쟁력’>
송도고는 과학뿐 아니라 정치 경제 등 사회중점 과정 역시 완성도를 갖췄다. 최근 융합 인재를 강조하는 대입 트렌드를 고려하면 최대 경쟁력을 갖게 되는 부분이다. 송도고는 학생들의 인문학적 능력 향상과 진로 탐색을 위해 공통 과정 수업에서 독서 발표 토론을 활용해 참여형 수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민주 시민 자질 함양을 위한 디베이트 토론캠프도 진행하고 있다. 매해 전문강사를 초빙해 수준 높은 토론능력과 논리력 등을 습득하며, 이를 바탕으로 외부 토론 대회에서도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송도고만의 가장 특색있는 활동은 지역과 연계해 실시하는 교육활동이다. 대표적으로 인천 공정무역지정학교로 선정돼 매년 지역사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매년 5월 공정무역 상품 사용 기업, 환경 교육 단체들이 함께 만들어 가는 대한민국 최대 공정무역페스티벌 등에 참가해 공정무역의 개념을 알린다. 이밖에 학생들은 학급 단위로 관내 장애인 학교를 방문해 통합교육을 실시한다. 수업도우미 활동을 진행하며 학교의 교훈인 ‘봉사’를 실천하는 것이다.
사회과제연구는 정규 교육과정에 포함돼 co-teaching 수업을 통해 심도있게 다룬다. 공동연구로 소논문을 작성하면서 진로와 전공에 대한 지식의 깊이를 더한다는 설명이다. 올해는 특히 인근 학교와 연계해 원어민 교사를 초빙해 영어토론 캠프도 진행했다. ‘인권’을 주제로 영어로 토론하며 인류의 보편의 평화, 인권, 다양성의 존중에 대해 논의했다. 올해 10월 중엔 일본 도쿄와 구마모토현에서 진행된 세계 ‘쓰나미의 날’ 행사에 송도고 1학년 5명의 학생이 인천 대표로 참가해 세계 자연재해 문제에 대해 각국 대표 학생들과 주제발표를 영어로 진행했다. 송도고에서 실시하는 수준높은 교과활동을 체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IT융합중점과정’.. 특목자사 못지 않은 특색있는 교육과정>
IT 융합 중점 과정도 2020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최근 들어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활용 능력의 중요성 부각된 만큼 학생들의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해왔다. 단순한 컴퓨터 활용을 넘어 정보 문화 소양과 컴퓨팅 사고력을 겸비한 창의적 IT 인재 양성을 목표로 C언어, JAVA, 아두이노를 활용한 사물 인터넷, 웹 페이지 제작 등 체험 중심의 교육으로 학생들의 잠재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매년 ‘AI WEEK, AI의 날’을 운영하며 AI/정보 관련 연구 산출물을 전시하고 발표하는 것도 송도고만의 특징이다.
특히 한국과학창의재단과 시도교육청이 개최하는 ‘디지털 새싹 캠프’를 유치해 송도고에서 강연이 진행된다. 주요 프로그램은 ‘파이썬, 오렌지로 데이터 분석하기’ ‘인공지능 주가 예측’ ‘AI 모델링으로 나만의 웹 서비스 만들기’ ‘OPENCV, MEDIAPIPE를 이용한 피지컬 컴퓨팅’ ‘딥러닝 자율 주행 자동차’ ‘인공지능 자율 주행 자동차’ ‘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한 AIOT’ ‘마이크로 파이썬으로하는 문제 해결 프로젝트’ 등의 강좌를 개설했다.
<국내 최초 J-ROTC 도입.. 사관학교/경찰대 특화>
군사경찰 교육활동의 일환에서 국내 최초로 창단한 해군 J-ROTC(주니어ROTC) 프로그램은 송도고만의 특색이다. 연평해전의 영웅 고(故) 윤영하 소령의 모교이기도 한 송도고는 2015년 윤 소령의 13주기를 맞아 주니어ROTC를 창설했다. 주니어ROTC는 1916년 미국 고교에서 처음으로 도입된 이후 유럽 아시아 등 전 세계 1600여개 고교에서 실시되고 있는 제도다. 기초군사훈련과 함께 체력단련은 물론 예절교육과 리더십교육으로 공동체의식을 가진 민주시민을 키워내고 있다. 군사경찰 사관학교와 경찰대학, 일반대 군사학과 경찰학과 등 특수대학이나 학과로 진학을 희망하거나 직업군인으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을 위한 과정이다. 군/경 관계자 특강과 사관학교/경찰대학 탐방, 하계병영체험, 사격훈련 등을 진행한다.
<인풋보다 강한 아웃풋.. 체계적 진학지도에 졸업생-재학생 연계 활동도 ‘주목’>
송도고는 인풋보다 아웃풋이 강한 대표적인 학교다. 관내 특목고 자사고와 달리 학생 선발에 자율권이 아예 없는 평준화 일반고지만 대입실적은 그에 못지 않다. 지난해인 2024대입에서만 해도 서울대 10명, 연세대 7명, 고려대 8명, 서강대 4명, 성균관대 8명, 한양대 5명 등이 합격했으며, 의약치한수를 모두 더한 의약계열 합격실적 역시 14명에 달한다. 2024년부턴 인천시 고등학교 진학 권역이 개편되면서 같은 구에서만 진학이 이뤄지고 있다. 2023년까지 미추홀구 남동구의 많은 학생들이 송도고를 희망해 진학하였으나, 2024년부턴 연수구 관내 학생들만 입학할 수 있게 된 셈이다. 그럼에도 송도고가 가진 경쟁력은 계속해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송도고는 “입학한 학생들이 즐거운 교육활동을 통해 자신의 진로와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도고가 괄목할만한 진학실적을 낸 배경엔 송도고만의 진학 컨퍼런스인 ‘진로여지도’가 자리한다. 진로여지도는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체계적인 진학 지도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담임 교사, 진학 담당 부장, 교과 지도 교사, 동아리 교사, 관련 학과를 진학한 졸업생 선배까지 합심해서 학생 한 명의 학생부를 분석하고 합격 가능성을 진단한다. 1학년 때 다양한 직업군의 강사와 대학생들을 초청해 학생 맞춤형 멘토링 진로 진학 컨설팅을 실시하고, 2학년 때 학생부를 토대로 입시 방향을 안내하는 개별 컨설팅을 실시한 후 3학년 때는 진로여지도의 대상이 된다. 학생의 강점과 학생부에 나타난 학생의 잠재능력을 발견해 입시뿐만이 아닌 대학 입학 이후의 학업까지 고려해 학과를 선택하고 지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학교 측은 설명한다.
또 하나 송도고의 강점은 오랜 전통으로 내려온 ‘내리사랑’이다. 과학 의료 건축 IT 사회 예술 체육 등 각 분야의 동문들은 후배들을 지도하고 자신의 학문적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학교를 찾고 있다. ‘임상의학 탐구교실’ ‘생체정보 이해와 실습’ ‘아두이노 센서기반 프로그래밍 교실’ ‘전기전자 오픈랩’ ‘창의공학설계교실’ ‘인문학 토론 특강’ ‘경험, 유기적 매체와 건축’ 등 수많은 프로그램을 통해 선후배의 만남의 장이 마련돼 재학생들의 동기를 불어 넣어주고 있다. IT분야에선 졸업생이 재학생을 대상으로 ‘Unity 게임 개발 특강’도 자체적으로 진행한다. 이외에도 졸업생들이 학교를 방문해 ‘융합 게임 개발 챌린지 특강’을 실시하면서 심도 깊은 연구를 실시하는 등 멘토링 프로그램이 활성화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