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4 - 2017송도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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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SONGDO HIGH SCHOOL
사설 대한민국 수학 교육, 바뀌어야 한다
PISA 나 TIMSS 등 국제성취도평가비교연구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은 높은 학
업성취도에 비해 수학에 대한 가치 인식 및 수학 학습의 즐거움과 같은 정의적
영역에서는 비교 국가 중 낮은 성취도를 보였다.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
가 49개국 초등학생과 중학생 약 27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 비교연구 2015'(TIMSS 2015)에 따르면 한국 초등학교 4학년
생의 수학 성취도는 3위, 중2 학생의 수학 성취도는 2위로 높은 순위를 보였다.
그러나 초등 4학년의 경우 수학에 대한 흥미도가 가장 낮은 순위를 보였고 중학
교 2학년의 수학 공부 흥미 점수는 슬로베니아에 이어 꼴찌에서 두 번째를 기록
했다. 중학교 2학년은 수학과 과학 과목의 가치 인식 정도에 대한 점수도 8.6점
으로 일본과 대만을 제외하고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자신감 척도 순위 또한
39개국 중 초등 4학년 수학 37위, 중2 수학 36위로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우리나라 학생들이 수학에 유독 흥미를 붙이지 못하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이
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수학 교육의 방식에 있다. 지금
부터는 핀란드와 우리나라의 교육 방식을 비교하며 우리나라 수학 교육의 문제
점을 차근차근 짚어보자.
핀란드 한국 왼쪽은 핀란드의 6~9학년과 한국 5~6학년의 주요 학년 군별
6-9학년 5-6학년 목표에 대한 표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년 군별 학습목표는 영
● 수학 학습에 대하여 자신을 신뢰하고 ● 약수와 배수, 분수와 소수의 사칙계산 역별로 수학 내용 중심으로 제시하였지만 핀란드는 수학 내용
책임감 갖기 원리를 이해하고 계산하기
보다는 학습 활동 중심으로 제시하였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 수학적인 개념과 규칙의 중요성을 이해 ● 도형의 합동과 대칭을 이해하고 직육면
집중하기, 관찰하는 습관 기르기, 수학학습에 대하여 자신을 신
하기, 수학과 일상생활의 연결을 이해 체와 정육면체, 각기둥과 각뿔, 원기둥
하기 과 원뿔의 그 구성요소와 성질을 이해 뢰하고 책임감 갖기, 등 수학적 성향과 수학적 과정에 대하여 구
● 계산하고 수학적 문제 해결하기 하며 공간감각 기르기
체적으로 목표를 제시하였다는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학습 목
● 논리적이고 창의적으로 사고하기 ● 여러 가지 단위, 원주율, 도형의 둘레와
넓이, 입체도형의 겉넓이와 부피 이해 표를 수학의 내용에 대해서만 잡았다면 핀란드는 학습 목표를
●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획득하고 처리
하기
하기 수학을 통해 느낄 수 있는 것으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
● 비와 비율, 비례식, 비례배분, 정비례와
●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표현하기, 자 리나라의 경우에는 수학적 성향이나 수학적 과정에 대한 목표가
반비례 관계를 이해하고 활용하기
신의 행동과 결론을 정당화하기
●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 평균, 비율그래 정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 관찰에 근거하여 질문과 결론을 제시하기
프 이해하기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흥미를 갖게 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
● 규칙성 인지하기
● 여러 가지 문제해결 전략을 비교하고
● 끈기 있고 집중하는 태도로 활동하기, 과정에서 수학의 본질적 내용, 즉 결과만 교육하기 보다는 수학
문제를 해결하며 문제해결 과정의 타당
집단에서 역할하기 성을 검토하기 의 과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창의성, 끈기, 리더십 등의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힘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수학 교육의 또 다른 문제점 중 하나는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수학 교육의 본질이 오로지 문제 풀이와 시험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은 공식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가르치지 않는다. 즉, 우리나라 학생들이 그저 문제 푸는 기계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학생들을 평가하는 가장 큰 요소는 성적이고, 성적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시험이다. 이러한 시험에서 학생들에게 실수
는 용인되지 않으니, 아이들이 실수하지 않는 식으로 공부하고 실수를 두려워하게 되는 것이다. 2014년 필즈상을 수상한 스탠포드 대학교의 마리
암 미르자카니 교수는 “10대를 대상으로 한 수학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능보다 '내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라 말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수학 교육은 '수학 문제 풀이'와 '시험 잘 보기'에 집중되어 있고, 자신감을 키워주기는커녕 오히려 떨어뜨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학성취도가 매번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이와는 대조적으로 노벨상이나 필즈 상
수상자는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교육 제도가 학생들의 창의력을 없애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우리나라의 수학 교
육이 이제는 바뀌어야 할 때이다. 단순 계산과 문제 풀이의 반복에서 벗어나 정말로 학생들이 실생활에서 수학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교육, 학
생들의 창의력과 자신감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 학생들이 정말로 '수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교육,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
(양승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