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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3

                                            국가대표 요트 선수였던 두 아들






               1981년, 이수영 회장은 가깝게 지내던 미국인                   배가 바다 위에 띄워졌다. 큰 대회의 예선이다 보니
               이웃에게 3.8m쯤 되는 돛단배를 중고로 구입했다.                 주축이 되는 건 대학생이었고, 그 외에 중·고등학생 몇
               배를 인수하긴 했지만 가족 중 누구도 배를 타본 적이                팀이 출전한 경기였다. “저희 둘은 2인승 엔터프라이즈
               없었다. 차남 이우정은 평소 자녀들에게 무엇인가                   급에 한 팀으로 출전했어요. 경기 중에 바람이 아주
               배우는 일을 강요하는 법이 없던 아버지의                       심하게 불더라고요. 결국 배가 넘어갔죠. 그 차가운
               유일한 바람이 요트를 타길 바라는 것이었다며                     물에 빠져서 둘이 아등바등하며 다시 배에 올라탔어요.
               이야기를 이어간다. “어느 날 아버지께서 형과 저에게                가족들은 모두 둑에 서서 배가 넘어가는 장면을
               어딜 좀 같이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목적지도 모르고                 지켜봤을 거예요. 어쨌든 한 바퀴 돌아 들어왔어요.
               따라 나선 곳이 양수리였어요. 아버지 친구분 중                   끝은 낸 거죠.” 등수와 상관 없이,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양수리에서 요트 동호회 활동을 하는 분이 계셨어요.                 않고 넘어간 배를 세워 목적지까지 완주한 형제의
               거기 노란 배 한 척이 있었는데, 그 자리에서 예고도                모습에 이수영 회장은 무척이나 기뻐했다. 아직 아이인
               없이 배 타는 걸 배웠지요.”                             줄만 알았던 아들 둘이 꽤 대견했던 모양이다. “둘 다
                    1982년 형 이우현이 중학교 3학년, 동생                그때 덩치가 지금과 비슷했어요. 중학생치고 몸집이
               이우정이 중학교 1학년이던 때, 1986년 아시안게임을               좋았죠. 당시 대학생들은 예선에서 발탁된 이후
               앞두고 한국요트협회가 생겼다. 아시안게임 요트                    군대를 가야 해서 정작 본 대회엔 나올 수 없었어요.
               경기를 위해 처음으로 한국 선수를 선발해야 했고,                  2순위, 3순위 팀에게 출전권이 넘어와 어쩌다 보니
               아산만에서 개최된 추계 선수권 대회에 이들 형제도                  국가대표까지 선발됐죠.” 이후로 1983년 춘계와
               출전하게 됐다. “배 타는 걸 둘 다 꽤나 즐거워했어요.              하계, 1984년 춘계까지도 형제는 함께 배를 탔다. 형
               나이도 어리고 초보 수준이었지만 갑작스럽게 대회에                  이우현이 고 2가 되면서 학력고사를 준비하기 위해
               나가게 된 거죠. 토·일요일 이틀 동안 경기가 열렸는데,              배 타는 걸 그만뒀고, 그 뒤로도 이우정은 1인용으로
               대회 날 아침 갑작스럽게 날이 추워져 기온이 영하                  종목을 변경해 1984년 추계 경기 이후 국가대표로
               1도까지 떨어진 거예요. 배 안까지 들어찬 물이 살짝                선발됐다. 비록 국가대표 활동을 하려면 부산으로
               얼어붙어 있었죠. 다이빙할 때 입는 웨트슈트(wet                 전학을 가야 해서 어쩔 수 없이 요트를 포기해야
               suit) 같은 것도 없었어요. 그야말로 ‘돗바(솜 잠바)’를           했지만, 요트를 타는 것만큼은 이수영 회장이
               하나씩 나눠 입고 그 위에 구명조끼를 껴 입었죠.”                 적극적으로 형제를 응원했던 일이다.
               총 4~5클래스로 나뉜 경기를 위해 스무 척쯤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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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 SOO YOUNG  1942 – 2017                                                                                                                                                                              STORY 2.  THE FAMILY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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