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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5

 자동차 사랑








 이수영 회장이 가장 좋아하던 물건으로는 카메라와   웨건을 구입해두고도 잘 타지 않으시기에 왜 그냥
 오디오 그리고 자동차를 손에 꼽는다. 언제나   세워만 두시느냐고 여쭤보니 청와대 행사 때 일을
 운전하기를 좋아했던 그는 차를 수집하는 ‘사치’는   이야기해주시더라고요. ‘아! 이런 것들까지 세세하게
 부리지 않았지만 차를 보러 가는 일을 즐거워했다.   신경을 쓰시는구나’ 싶었죠. 운전을 워낙 좋아하신
 “워낙 검소한 분이었어요. 당신 자신을 위해 큰돈을   분이기도 하지만, 회사 공식 일정이 아닌 개인
 쓰시는 법도 없고, 남들이 봤을 때 ‘저건 뭐야’ 하고   시간이나 주말엔 기사 없이 항상 직접 운전하셨고요.”
 비싸 보이는 물건을 갖는 것도 극도로 꺼리셨죠.”   그런 이수영 회장에게도 드림카가 있었으니,
 그러다 단 한 번, 일생 꿈이었던 차를 사고자 큰맘   바로 포르쉐의 올드 카였다. “우리 아버지가 참
 먹고 독일에서 유학한 경험이 있는 차남 이우정에게   귀여우시다는 생각을 한 게 딱 한 번 있었어요. 어느
 도움을 청했다. “한국에서 차를 구입하면 이미 옵션이   날 어디 좀 같이 가자고 하시더니 양재 중고 수입차
 세팅된 상태로 수입되지만, 독일에선 전부 원하는 대로   센터에 갔어요. 포르쉐가 정말 갖고 싶었다고 하시면서
 설정이 가능했죠. 대신 6개월을 기다려야 했어요.” 그때   만져보고, 이건 얼마냐고 물어보시더라고요. ‘아버지
 주문한 차가 아우디 웨건이었다. 주문부터 배송까지   정말 마음에 드시면 사세요’라고 얘기하면 ‘난 저것보다
 1년을 기다려 차가 한국에 도착하는 날, 집으로 전화   그 전 모델이 좋아’ 하시며 꼭 수동 기어에 포르쉐의
 한 통이 걸려왔다. 죄송하다는 말로 시작된 전화는   전통 방식이던 공랭식 엔진만 고집하셨어요. 1990년대
 수입한 차가 한국에 도착한 뒤 배에서 떨어져 바다에   말에 포르쉐가 이 엔진을 수랭식으로 바꿨으니,
                             물에 빠진 차를 대신해 구입한 수동기어 아우디 웨건 앞에 외손자 주영이를 세워두고
 풍덩 빠져버렸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매장에 놓인 신식 모델은 눈에 안 찼던 거죠. 중고   이수영 회장이 직접 촬영한 사진. 이 차는 여전히 그의 차고에 말끔한 모습으로 간직돼 있다.
 벌어질 수 있는지 지금도 놀라워요. 며칠 전부터   시장에도 그렇게 연식이 오래된 차가 나오는 일은
 아버지께선 차가 언제 온다고?’라는 질문을 정말 수백   쉽지 않았고요. 그렇게 3년 동안 한 해에 네다섯
 번도 넘게 하셨거든요. 결국 90% 정도 비슷한 양산차를   번씩은 아버지와 함께 중고차 시장에 갔어요. 차
 구입했죠.”   구경을 좋아하셨을 뿐 정작 구입은 못 하셨어요. 기업
 어느 날 이수영 회장은 청와대 초청 행사에   회장이고 또 이 정도 연세가 드셨으면 당신이 원하는
 다녀온 뒤 그곳에 온 대부분의 사람이 수입차를   걸 그냥 사셨어도 그만인데, 근검절약하는 습관이
 타고 온 것을 보고 차에 대한 생각이 바뀐 듯 했다.   몸에 밴 분이다 보니, 원하는 것이 있더라도 꼭 손에
 “평소엔 항상 국산차를 애용하셨어요. 아우디   쥐어야만 만족하는 분은 아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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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 SOO YOUNG  1942 – 2017                                                                  STORY 2.  THE FAMILY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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