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95 - LEESOO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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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로소 여유를 즐길 수         “할아버지는 평소 말씀이 많지
                             있게 된 노년의 삶           않으셨지만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할아버지는 집에서도 항상 깔끔한
                                                                                     차림을 유지하셨는데, 셔츠에
                                                  것을 좋아하셨어요. 옛날 영화를
                                                                                     슬랙스를 매치하고 벨트까지
                                                  보거나 음악 듣는 걸 즐기셔서
                                                                                     매고 계셨어요. 저희끼리는 항상
                             할아버지 댁에 갈 때면 저희를 불러 같이 영화를 보기도 하고,
                                                                                     할아버지의 멋진 모습에 감탄했죠.
                             중학교 땐 주말마다 할아버지를 따라 등산도 자주 갔죠. 소소한                      언제나 인사로 포옹과 볼 뽀뽀를
                             취미나 물건 같은 걸 손주들과 공유하면서 행복해하셨어요.”                        건네는 따뜻한 분이었어요.
                                                                                     ”
                             이수영 회장의 첫 손주인 이선구 양은 다정하고 센스 넘치는
                             멋쟁이 할아버지가 항상 자랑스러웠다. 세 남매를 키울 땐 너무                      - 이수영 회장의 첫 손주 이선구
                             바쁜 나머지 얼굴을 뵙기도 힘든 아버지였지만, 노년에 조금씩
                             여유를 찾으면서 가족들이 함께 모이는 날을 자주 만들고자
                             노력했다.
                                 모임 장소는 주로 성북동 이수영 회장의 자택이었다.
                             “할아버지께서 고기를 좋아하셔서 마당에 커다란 그릴을 펼치고
                             스테이크를 굽는 날이 많았어요. 할아버지 할머니의 결혼 50주년
                             기념일을 맞아 집에서 식사를 하는 날엔 내내 로맨틱한 프랑스
                             음악을 틀어주셨죠. 아끼는 와인을 꺼내 오셔서 다 같이 나눠
                             마시기도 했고요.”
                                 한 그룹을 책임져야 하는 무게를 짊어진 그에게 자신을
                             위한 시간이란 일종의 ‘사치’였다. 출장 외에 해외여행을 가본
                             일을 손에 꼽을 정도다. 가족 모두와 함께 떠난 여행은 딱 한
                             번, 이수영 회장과 김경자 여사의 결혼 50주년을 맞이해서다.
                             부모님께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드리고 싶었던 세 남매가 고민
                             끝에 계획한 가족 여행으로, 8명의 손주까지 일가족이 함께 떠난
                             첫 휴가였다. 일본 홋카이도에서 보낸 일주일은 온 가족이 모여
                             ‘놀기만 한’ 유일한 날이 됐다. 여행에서 이수영 회장은 특별히 뭘
                             보거나 경험하기보단 가족들과 매 끼니를 함께 먹으며 대화하고,
 이수영 회장과 김경자 여사의 결혼 50주년 기념 가족사진
                             어린 손주들의 재롱을 보는 여느 할아버지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냈다. “아버지와 오랜만에 골프도 치고, 그렇게 좋아하시던
                             산책도 마음껏 했어요. 날씨까지 도와줘서 여행 내내 아주
                             맑았고요. 혹시 불편한 점이 있으실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굉장히 즐거워하셔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했죠.” 차남 이우정이
                             평생 보아온 아버지의 모습 중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쉼’ 그
                             자체를 즐기는 모습을 본 일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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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 SOO YOUNG  1942 – 2017                                                                  STORY 2.  THE FAMILY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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