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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내딸이라는 마법 이수영 회장을 10년 넘게
모신 비서 김현주 매니저는
“딸 얘기를 하실 때면 언제나
입꼬리가 크게 올라가곤 하셨어요”라며 이수영 회장의 남다른
딸 사랑에 대해 이야기한다. 경영인으로 키우고자 했던 두
아들에게는 좀 더 엄격하고 딱딱한 아버지의 모습이었다면,
딸에겐 그저 한없이 예뻐하고 귀여워하는 자상한 아빠였다.
“이수영 회장님과 이우현 사장님은 회사에서 회장과 임원의
관계이다 보니 부자 사이임이 드러나는 걸 절대 옳지
않다고 생각하셨어요. 회사에선 철저하게 공적인 관계를
유지하셨죠.” 후계자 교육이 필요한 두 형제와 달리 딸은
사랑만 주면 되는 대상이었다. 공부도 잘하고 애교도 넘쳐
언제나 아버지에게 힘이 되어주는, 나무랄 것 하나 없는
딸이었다.
이수영 회장의 막내딸 사랑은 워낙 유별났지만
그중에서도 식구들 모두 ‘특혜’라 얘기하는 일화가 있다.
바로 이지현 관장에게 준 자동차 선물 이야기다. 이지현
딸 이지현의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미술사학 박사 학위 졸업식. 출장이 아니고선 절대
관장이 스무 살이던 해의 크리스마스이브에 이수영 회장과 “ 해외여행을 가지 않는 아버지를 여러 번 설득한 끝에 겨우 졸업식에 초대할 수 있었다.
나눈 대화를 차남 이우정은 이렇게 기억한다. “약속이 있어
저희 집은 아들 딸, 며느리 사위
나가는 절 붙잡고 오늘 꼭 일찍 들어오라고 하시는 거예요. 구분 없이 뭔가 잘못된 행동을
뭔가 들뜬 목소리랄까요? 몇 번 당부하시더니, 새벽에 차가 하면 모두 공평하게 혼이 났어요.
배달될 거라고 하셨어요. 흰색 엘란트라가 오면 묶어두라며 똑같은 행동을 하고도 누군 혼내고
누군 봐주는 일이 없었죠. 그럼에도
빨간 리본을 쥐여주셨는데, 알고 보니 동생 크리스마스
제가 예쁨을 받은 건 사실 ‘눈치’가
선물이더라고요. 결국 딸에게 줄 선물에 신이 나셔서
빨라서였어요. 아버지 성품을 잘
새벽부터 기다리다 손수 차에 리본을 묶어두셨지만요.”
아니까 ‘여기서 멈춰야지’에 대한
86학번, 88학번인 두 형제가 한창 대학을 다니던 때는 수위 조절을 잘한 거죠. 가끔씩
대학가의 시위가 격렬해 길을 다니다 까닥하면 이유 불문하고 ‘아버지, 이건 좀 아닌 것 같아요’
‘닭장차’에 끌려갈 수 있는 시절이었음에도 차는 사주지 이런 말을 할 때도 의견 수용
않았다. 대학생이 되고도 한참 후에야 덩치 큰 둘이 타기 여부를 떠나 끝까지 얘기를 다
들어주셨어요. 물론 결론은 당신
민망한 작은 차를 사주긴 했지만 말이다.
마음이었지만, 네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들어주겠다는
생각은 늘 변함없으셨죠.
”
- 딸 이지현 어릴 적부터 이수영 회장을 미소를 짓게 만든 딸 이지현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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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OO YOUNG 1942 – 2017 STORY 2. THE FAMILY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