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4 - LEESOO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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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그가 20여 년 넘게 사용한 지갑. 눈에 띄지 않는 고급스럽고 심플한 디자인이라 이수영 로즈우드 파이프 클래식한 디자인을 선호한 이수영 회장은 1960년대 미국 유학 시절부터 파이프 담배를
회장의 취향과 잘 맞았다. 사무용품을 사거나, 일과 관련한 사람들을 만날 때도 회삿돈 피우곤 했다. 파이프를 타고 뿜어져 나오던 하얀 연기의 매캐하고 구수한 향을 사랑했고,
사용하기를 꺼려한 그는 항상 엉덩이 뒤춤에 있던 지갑을 꺼내 사비로 계산하곤 했다. 신발 뒤축에 파이프를 툭툭 치며 재를 터는 행동은 당시 멋을 아는 신사들이 행하는
모서리가 낡고 해진 데다 둥글게 말린 모양 그대로 굳어버렸지만 여전히 깔끔하다. 일종의 흡연 의식이었다. 파이프는 악기나 가구를 만들 때 사용하는, 아름다운 나뭇결을
지닌 로즈우드(Rosewood) 소재를 좋아했다. 이 파이프들은 이수영 회장이 이따금 꺼내
닦고 관리해준 덕분에 지금도 아름다운 광택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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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OO YOUNG 1942 – 2017 A BEAUTIFUL TAS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