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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영 회장은 노동자 단체와 경영자 단체 간 첨예한                                               간 교섭자 역할을 담당하는 곳으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만들면 100% 혜택이 되는 것 아니냐며 이 부분을
            INTERVIEW                                        갈등을 토론과 대화로 해결하고자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다양한 문제에 대처해야 합니다. 개별 노사문제의 해결과                  독려하셨어요.

                                                             이수영 회장이 경총을 맡은 후 가장 변화된 부분은 어떤                                             처방이 전부 다른 만큼 어렵고 스트레스가 심한 자리죠.
            김영배                                              점인가요?                                                                      원래도 애연가였지만 담배를 많이 피우셨어요. 한때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전 한국경영자총협회 상임부회장                                 이수영 회장은 노동계에 대한 벽이 없었어요. 경총                                                담배를 끊으신 적도 있는데, 노총 관계자와 만나고 나면                  현 경총의 유기정 전무가 이수영 회장을 모시고 아일랜드
                                                             회장으로 부임하면서 노사문제는 대화하고 소통하면                                                 어김없이 담배를 찾으셨죠. 나중에는 금연 의지를 강하게                  출장을 갔을 때 일인데요, 추운 날씨에 떨고 있던 유기정
                                                             된다고 강조하셨죠. 처음에는 다소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보이며 담배를 아예 안 가지고 다니시더라고요. 대신 주위                 전무를 꾸짖으시더니, 백화점에 데리고 가서 따뜻한
                                                             한국의 노사 관계가 무조건 대화를 나눈다고 해결되진                                               사람들에게 한 대씩 얻어서 피우셨지만요. 담배를 드린                   외투를 사준 일이 있었어요. 지금도 유기정 전무는 그
                                                             않는다고,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을                                                기억이 아주 많이 납니다.                                  외투를 입고 다닙니다. 저에게도 낡은 볼펜 대신 쓰라며
                                                             정도로요. 노무현 전 대통령, 이수호 전 민노총 위원장,                                                                                            갖고 있던 몽블랑 만년필을 주셨죠. 오랫동안 사용하며
                                                             김대환 전 노동부 장관, 이용득 전 한노총 위원장 이 네                                            이수영 회장은 경총 회장에 3회 연속 재선임되었습니다.                  지금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분과는 정말 대화도 많이 하셨죠. 무엇보다 당시 민노총이                                            어렵고 힘든 경총 회장을 안 해도 되지 않았을까요?
                                                             노사정대표자회의에 복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셨어요.                                               지속적으로 경총 회장직을 수락한 이유가 있을 것                      이수영 회장은 경총 수장이기 전에 OCI의 최고
                                                                                                                                        같은데요.                                           경영자이기도 했습니다. 기업 총수로서 어떤
                                                             이수영 회장은 2005년 경제5단체가 공동 주관하는                                               경총 회장을 스스로 원해서 한 건 아니지만 노무현                     경영인이었다고 생각하나요?
                                                             ‘투명경영대상’을 제정한 이후 ‘투명사회협약’을 체결하는                                            전 대통령 시절에 경총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한국의                     글로벌한 경영 능력의 소유자였어요. 이회림 명예회장과
                                                             데도 힘썼습니다.                                                                  노사문제를 바꿔봐야겠다는 의지가 있으셨던 것 같아요.                   더불어 지금의 OCI를 있게 한 이수영 회장은 2세대가
                                                             기업은 투명하고 약점 없이 경영해야 한다는 점을 늘                                               사용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은 기꺼이 양보하면서 한국 노사                 아닌 1.5세대라고 보는 것이 옳아요. 그만큼 OCI가
                                                             강조하셨어요. 경총의 역할 역시 우리나라 기업들이                                                관계를 바꿔야겠다는 생각인 거죠. 경총 회장은 불편한                   성장하는 데 기여한 바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투명해질 수 있도록 선도해나가야 한다고 하셨죠.                                                 자리예요. 그래서 마땅한 인물을 찾기가 어렵죠. 항상
                                                             불투명한 경영은 기업의 대외 신인도 하락과 노사                                                 공격받고 본인 회사의 노사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는 힘든                  2010년 노조법 개정 안이 통과된 후 경총 회장 사임
                                                             간 불신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요. 기업이 투명하면                                               위치거든요. 회장직은 2년마다 갱신되는데, 사실 주위의                  의사를 밝혔습니다. 그때 분위기는 어땠나요?
                                                             당당하고, 그러면 노동자도 믿고 따라올 수 있다는 것이죠.                                           강권도 무시할 수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노조법 개정안 통과는 국가가 최종 결정한 일이었고,
                                                             투명경영대상은 이런 배경에서 기획했습니다. 윤리 경영,                                                                                             스스로 해야 할 역할은 다했다고 생각하셨어요. 이후
                                                             정도 경영에 대한 이수영 회장의 의지는 그분의 경영 철학                                            경총 회장으로서 한국 경제를 위해 중요하게 여긴 가치,                  경총은 후임자를 찾지 못해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만큼
                                                             속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가 생각한 진정한 경총의 역할은 무엇이었나요?                      어렵고 힘든 자리라는 증거인 셈이죠. 세 번째 연임할
                                                                                                                                        기업의 투명성 확보와 더불어 일자리 창출을                         때에는 정말 주위의 강권에 못 이겨 수락했지만 6년 동안
                                                             우리나라의 노사 대결 구도에서 경총 회장은 어쩔 수 없이                                            강조하셨어요. 지방단체와 기업들이 힘을 합쳐 일자리를                   최선을 다해 봉사하셨습니다.
                                                             악역을 맡아야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이수영 회장이                                              만들어야 한다고요. 이수영 회장은 외국처럼 정부 경제
            투명 경영과 일자리 창출을 통해 한국의
                                                             이런 부분에서 내적 갈등이나 어려움을 겪진 않았나요?                                              정책 평가 지표는 결국 일자리 창출이 기준이 되어야
            첨예한 노사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던 이수영
                                                             노사문제에 관해 여러 노동 운동가나 진보적 인사들과                                               한다고 생각하셨어요. 경총에 오실 때마다 일자리를 많이
            회장. 김영배 전 경총 상임부회장은 이수영
                                                             교류를 많이 하고, 그분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셨어요.                                             만들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며 이 부분에 대해 경총에서
            회장이 경총을 맡은 6년의 시간은 경총 역사상
            대화와 토론을 통한 합리적 의사 결정이 가장                         저에게도 노사문제를 보수적으로 보지 말고 열린                                                  열심히 연구할 것을 주문하셨죠. 임금을 올리면 개인에게
            활발하게 이뤄진 시기라고 말한다.                               마음으로 보라는 충고를 아끼지 않으셨죠. 경총은 노사                                              돌아가는 혜택이 5~10% 정도이지만, 실업자를 취업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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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 SOO YOUNG  1942 – 2017                                                                                                                                                                       STORY 4.  EXPLORING NEW HORIZ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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