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7 - LEESOO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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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세정제 이수영 회장의 별명은 ‘미스터 클린맨’이다. 매일 아침 사과
한 개를 먹고 난 뒤 한 시간가량의 목욕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했고, 시시때때로 손을 닦아 하루 서른 번쯤은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그의 집무실 한편에는 그가 평소 사용하던 손
세정제가 놓여 있다. 우리나라에 손 세정제가 일반화되지 않던
시절, 해외 출장에서 돌아올 때면 손 세정제를 여러 개 사 와
직원들에게 선물로 나눠주기도 했다. 손을 씻고 난 후에는
반드시 핸드크림을 바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모자 클래식한 패션 감각은 이수영 회장을 상징하는 것 중 하나다. 옷은 언제나 정장 차림을
고집했고, 머리는 정확하게 가르마를 타 포마드로 흐트러짐 없이 빗어 넘겼다. 175cm의
큰 키와 긴 팔과 다리, 그리고 평생 염색 한 번 한 적 없는 풍성하고 까만 머리칼을 갖춘 그는
패션 스타일에도 언제나 나름의 규칙이 있었다. 바지 밑단이 접힌 바지, 신발 끈의 유무를
떠나 앞코가 얄팍한 디자인을 선호했다. 뉴잉글랜드나 미국 동부와 뉴욕 신사들이 즐겨
입을 법한 클래식 스타일을 추구하며, 모자 쓰는 것도 무척 좋아했다. “옛날엔 남자들이 다
모자를 썼는데, 요즘엔 왜 이렇게들 모자를 안 쓰는지 모르겠어. 난 모자 쓰는 게 좋은데, 너무
튀어 보이잖아.” 가끔 이렇게 불만 섞인 이야기를 했는데, 겨울철에 조금만 기온이 떨어지면
추위를 핑계 삼아 중절모나 베레모를 골라 쓰곤 한층 기분이 좋아지는 멋쟁이 신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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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SOO YOUNG 1942 – 2017 A BEAUTIFUL TASTE